2016 ACM-ICPC World Final 후기 (5)

2016.05.19 (World Final)

드디어 오늘 ACM-ICPC World Final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같이 대회장으로 출발하는데 수십대로 보이는(정확히 몇 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량이 한 줄로 대열을 이루고 맨 앞과 맨 뒤에는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가는 중에도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태국경찰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최고의 보호를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감동입니다…!


대회장에 도착하고 나서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코치들과 함께 선수 대기실에 모여 있습니다. 빌 파우처씨가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도 행운을 비는 뜻으로 트로피를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약간 긴장하였는지 대화가 별로 없었습니다. 대회가 시작하기 1시간쯤 전, 코치들에게 모두 선수 대기실에서 퇴장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대회가 시작하기까지의 남은 과정은 전 날의 드레스 리허설과 똑같습니다. 다른 것은 조금 더 긴장이 된다는 점…(?) 어제와 마찬가지로 10초 남았을 때 다같이 카운트를 한 뒤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의 퍼스트 솔브는 어떤 팀이 가져갈지 매우 궁금합니다!


혹시 ACM-ICPC을 처음 아신 분들을 위해 대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 3명이 1팀이 되어 5시간동안 대략 10문제 내외의 프로그래밍 문제를 풂
  • 주어진 문제를 많이 풀수록 높은 순위
  • 만약 푼 문제수가 같으면 패널티가 적을수록 높은 순위
  • 패널티 = 각 문제를 풀 때, 그 문제를 풀때까지 걸린 시간(분)+20*틀린 제출횟수를 문제마다 모두 더한 것


그런데 대회에서는 전체 등수에 대한 상만 주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마다 그 문제를 가장 빨리 푼 팀에 대해 상을 주기도 합니다! 무려 각 문제당 500달러의 상금도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체에서 가장 먼저 어떤 문제를 풀어낸 팀에게 주는 퍼스트 솔브 상도 있습니다!

대회가 시작한지 11분이 지나고나서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관중석에서 환호와 갑자기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퍼스트 솔버팀이 나왔습니다! 태국 방콕에 있는 츌랄롱콘 대학입니다. 이 팀은 대회 결과와 별개로 퍼스트 솔브 상을 받게 됩니다.(그리고 이 팀은 대회가 끝날 때 까지 문제를 더 풀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통 퍼스트 솔브를 달성하는 팀은 상위권 팀인 경우가 많지만, 문제의 난이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쉬운 문제를 운 좋게 빨리 골라서 가장 먼저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퍼스트 솔브 당시의 모습)


이후에 저는 코치 대기실로 들어왔습니다. 코치 대기실에 놓여있는 컴퓨터에는 모든 팀의 개인화면과 각 팀 컴퓨터 앞에 설치된 웹캠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서 기뻐서 하이파이브를 치거나, 혹은 잘 풀리지 않아서 표정이 좋지 않거나 하는 등의 모습을 모두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저는 카이스트, 김일성대, 고려대학교를 번갈아가며 지켜보았습니다. 대회 초중반까지는 김일성대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맨 처음에는 괜찮게 시작하는 듯 했지만 G번 문제에서 말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이후 고려대학교는 이 말림에서 너무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여 문제를 많이 풀지 못했습니다). 카이스트는 맨 처음 고른 문제들이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KAIST라서 K, A, I를 골랐다고 합니다(…). 문제 수는 10문제가 넘을 정도로 많지만 난이도 순서로 정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쉬운 문제인지는 처음에는 알 수 없습니다(ICPC 운빨X망겜…?). 나중에 스코어보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푼 문제를 쉬운 문제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문제가 막힐 경우 다른 문제를 고를 때 이를 이용하여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94분경 스코어보드)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전통 강호들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김일성대는 꽉 막혀서 초반의 강한 모습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한국팀은 중반이후로 문제를 많이 추가하기 시작했지만 초반에 말린 것이 조금 큰 듯 합니다. 대회가 끝나기 1시간 전부터는 스코어보드가 프리징됩니다. 이 이후에 제출되는 결과는 오직 본인들만 알 수 있으며 스코어보드에는 제출했다는 표시만 보여집니다. 스코어보드가 프리징되고 나서는 다시 관람석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때부터는 참가자들의 반응을 잘 살펴봅니다. 대회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문제를 해결한 경우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는 팀도 있었습니다. 이를 포착하려 대회 끝나기 30분쯤 전부터 동영상을 찍었으나 올해 문제는 끝나기 직전에 풀리는 문제가 많지 않거나 팀들의 성격이 조용했나봅니다…(?)

(대회가 끝나고 아직 프리징 되어있는 시점의 스코어보드)


대회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참가자들의 표정이 다양합니다. 한국팀들은 음… sad…동경대 친구들은 프리징 되기 전까지는 메달권이었으나 이후에 문제를 추가하지 못해서 걱정입니다. 스코어보드에 표시 되어있는 다른 팀들의 제출기록이 만약 맞은 기록이라면 다른 팀들에게 따라 잡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승 후보는 St. Petersburg State University 와 Shanghai Jiao Tong University로 보여집니다. 과연 최종결과 어떤 팀이 우승했을지 궁금합니다.


잠시 후에 클로징 세레모니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회 감독, 호스트측 최고 인사 등이 격려와 축하의 말을 합니다. 그리고 작은 공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월드파이널의 장소를 공개합니다.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코어보드 공개에 앞서 역대 챔피언들을 보여줍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우선 가장 먼저 문제를 푼 팀인 츌랄롱콘 대학에게 상을 줍니다! 그리고 프리징 되었던 스코어보드를 공개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낮은 팀부터 채점결과를 하나씩 공개하며 만약 맞았다면 다시 현재의 순위의 위치로 올라가서 다음에 다시 만나서 또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입니다.(삽입정렬…?) 중간중간에 각 super region 챔피언이 결정되면 그 팀에게 상을 줍니다. 이는 대회에서 주는 메달과 관계 없이 그 지역에서 가장 잘한 팀에게 주는 상입니다. 최종 결과, 고려대학교는 총 5문제, 카이스트는 7문제를 풀었습니다.

(스코어보드 공개 순간)


이제 최종 12개의 메달팀 결정짓는 단계입니다. 이때부터는 조금 더 재미있습니다. 문제를 푼 수가 같으면 패널티가 적은 팀이 더 높은 순위이기 때문에 마지막 제출에 얼마나 틀렸는지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우승 후보였던 St. Petersburg State University와 Shanghai Jiao Tong University의 점수를 공개할 때, 결국 패널티 7차이로 St. Petersburg State University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차이는 매우 근소합니다. 두 팀이 각각 한번 더 틀리거나 한번 덜 틀렸거나, 혹은 맨 앞에 어떤 문제를 1분만 더 빨리 읽었더라도 그것 때문에 다른 문제들도 1분씩 빠르게 풀어 패널티가 줄었더라면 순위가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상해교통대는 마음속으로 매우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최종 시상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파티를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맨 마지막으로 St. Petersburg State University의 채점결과가 공개되기 직전. 과연 우승자는?)

(최종 채점 결과 공개 순간)

http://myicpc.icpcnews.com/World-Finals-2016/scoreboard

(최종 스코어보드)


숙소에 돌아가니 악기를 연주하면서 선수들을 맞이해줍니다! 저녁을 먹고 돌아다니다 보니 몇가지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불쇼, 불꽃놀이, 셀피카메라 부스, 타투모양 그림 부스, 수영장 댄스파티(?) 등의 행사를 사람들이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 베트남에서 온 친구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들은 내일 아침, 혹은 깊은 밤 비행기를 타야 한다며 준비하러 들어갑니다! 저도 짐을 싸기 위해 11시 45분에 제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불쇼)


이로써 2016년 푸켓에서 열린 ACM-ICPC World Final은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하여 열심히 해준 고려대학교와 카이스트팀에 박수를 보냅니다! 내년 미국 사우스 다코다주에서 열리는 월드파이널에 참가하게 될 한국팀은 어떤 팀이 될지 궁금합니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대학생들이 ICPC에 도전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대회 영상은 여기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회 관련 사진은 http://icpcnews.com/photo/?album=2016 이곳에서 더욱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담

저는 대회 참가자가 아닌 게스트로 분류되어서 팀들과 다른 호텔에 묵게 되어 아침을 항상 혼자 먹었습니다. 그런데 대회 끝난 다음날 아침은 친구가 한 명 날아와서(?) 심심하지 않게 먹었습니다.


댓글 (4개) 댓글 쓰기


estanie 7년 전

너무 재미있고 맛깔나는 필력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네요ㅋㅋㅋ 상세히 써주셔서 읽는동안 마치 제가 그 장소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D!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여담이지만 원철님은 동물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으신 것 같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clee2265 7년 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sonysame 7년 전

우리 선배들 넘나 자랑스러워요!! 재밌고 흥미진진한 후기 감사해요~ 부코치님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wclee2265 7년 전

감사합니다!!! sonysame님도 앞으로 화이팅입니다!